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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cycle diaries

2일째(8. 6), 병천 > 천안 > 아산 > 예산 > 해미


08:53

밤새 찜질방에는 나밖에 없어서 조용하니 좋았다.

그런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다리와 엉덩이가 너무 아프고 낮에 더위를 먹은 탓인지 몸에서는 계속 열이 났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동틀 때 쯤 잠이 들었다가 인기척 소리에 깨어나니 8시쯤 이었다.

간단하게 씻고 짐 챙겨서 밖으로 나오니 몸은 찌뿌드드했지만 날씨가 화창해서 좋았다.

아침도 거른채 다음 여정을 시작했다.










09:36

유관순 열사 생가를 찾아가는 길에 조병옥 박사 생가가 있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조병옥 박사도 독립운동을 했던 위인이었다.
이런 시골 마을에서 큰 인물을 둘씩이나 배출한 병천이 정말 대단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09:45
유관순 열사 생가에 도착했다.
생가에는 유관순 열사가 4.1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을 위해서 태극기를 만들던 모습이 연출되어 있다.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에 다니며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했고,
고향에서 다시 4월 1일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잠시 일본 헌병의 총, 칼에 담대히 맞선 유관순 열사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애국심에 대해 생각해봤다.

생가 옆으로 유관순 열사가 다니던 교회가 있었다.
유관순 열사는 바로 매봉교회를 세운 선교사에 도움으로 이화학당에 진학하게 되었고
기독교 교육에 입각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배웠다.
교회 지하에는 유관순 열사 전시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개방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잠시 사진 찍으며 쉬다가 유관순 열사 기념관으로 향했다.










10:24

유관순 열사 기념관에 당도하니 유관순 열사 생가 뒤에 있던 매봉산 너머에 기념관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매봉산을 중심으로 생가, 기념관, 추모각 등이 조성되어 있다.

생가 쪽에서 기념관으로 향하는 길에 약수터가 있기에 여기서 목을 축이고 물도 보충했다.

곧바로 기념관을 관람했는데, 유관순 열사의 생애와 연대에 대해서 독립운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자료 중에 유관순 열사가 이화학당 재학 당시 찍은 사진이 인상 깊었다.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앳띠고 고운 소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유관순 열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지 않고 해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매봉산 쪽에 있는 추모각에 들려서 유관순 열사와 순국선열에 대해 추모하고 내려왔다.

어제오늘 연속으로 애국심으로 충만해진다.


경내를 다 둘러보고 나니 배고프기 시작했다.

마침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그곳에서 아점을 해결할 식당을 알아보니,

"병천에 왔으면 순대국을 먹고 가야지요!"라면서 아우내 장터 위치를 알려줬다.

'아, 그렇구나! 병천은 순대가 유명했지!'라고 생각하며 식당으로 페달을 밟았다.









11:10

아우내 장터에 도착해서 곧장 순대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순대국을 시켜서 먹어보니 확실히 서울에서 파는 순대랑은 굵기부터가 달랐다.

그리고 시장이 반찬인지라 맛있었다.

아침도 거르고 골골하던 참에 설렁탕 한 그릇 먹은 듯이 개운했다.


마침 장날이었다.

생각보다 북적거리지 않아서 물어보지 않았으면 장날인지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다음 목적지인 해미까지 가려면 100km를 달려야 하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대충 훑어보고 여정을 재촉했다.









12:22

어제 천안에서 왔던 21번 국도를 따라 도로 천안으로 가는 길에 여행길 처음으로 터널을 통과했는데,

터널 안에는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으로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13:45

천안 시내를 빠져나와 아산 방면으로 가는 길인데 더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면서도 '쉬어야지. 쉬어야지'라고 속으로 생각만 할 뿐 막상 쉴만한 장소를 만나지 못해 계속 달렸다.

주유소가 하나 나오길래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갈 요량으로 가보니 사람이 없는 걸로 봐서 문 닫은 주유소인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열린다. 그리고 물도 나온다.

너무 잘됐지 싶어서 10여 분간 찬물로 등목하며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식혔다. 


14:29

그늘에서 쉬다 보니 도저히 출발할 엄두를 못 내겠다 싶어 쉬는 김에 15시까지 더 쉬기로 했다.

쉬는 동안에 자전거 여행자 두 팀이 지나갔는데 모두 2인 1조였다.


15:15

여전히 태양 중천에 있지만 약간씩 서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서 다시 짐을 챙겨서 출발했다.









17:10

천안에서 21번 국도를 따라 예산까지 가서 다시 45번 국도를 따라 달려 해미까지 20km 정도 남은 지점이었다.

너무 덥고 힘들어서 45번 국도 갓길 나무 그늘에서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큰 나무 밑이 아니라서 그늘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정도였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국도 주변에서 그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였던 점에 비춰보면 뭐 이 정도는 양반이었다.

오늘이 어찌나 더웠던지 팔과 다리는 새빨개졌고 쿨링스프레이도 한통을 다 써버렸다. 

주유소에서 등목하던 게 그리울 정도이다.

편도 2차선 국도임에도 차가 거의 없어서 여행하는 데 불편한 건 없었다.


19:07

5시간 만에 해미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쉬던 곳에서 해미까지 오는 길은 계속 오르막길이었고 덕산터널과 해미터널 두 군데를 지나왔다.

다행히 터널을 지나 해미에 도착하기 30분 전쯤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여기서 순간 최고 속도 54km/h가 나왔다.

먼저 해미읍성을 간단하게 둘러봤다.

내부에는 낙안읍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성벽은 볼만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다.


20:08

저녁을 먹으러 읍성 앞에 있는 노걸대 뼈다귀 해장국집에 왔다.

읍내를 둘러봐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서 주민에게 물어서 온 곳인데 가격도 5000원으로 싸고 양도 많고 깔끔하고
괜찮았다.


21:00

오늘은 텐트를 쳐볼 생각으로 장소를 물색하다가 해미제일감리교회 앞까지 오게 됐다.

그나마 교회 앞 공터에서 자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아서 말이다.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교회에 들어가니 마침 수요일이라서 예배 중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예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21시 30분에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께서 나오시기에 텐트를 쳐도 좋은지 여쭤봤다.

목사님께선 어떻게 텐트에서 자냐고 하시면서 교회 교육관에서 자고 샤워도 하고 가라고 하셨다.

이렇게 뜻하지 않은 신세를 지게 되다니 이런 게 여행의 묘미인가 보다.









이동경로 : 병천 > 천안 > 아산 > 예산 > 해미
이동시간 : 5h 42m 40s

평균속력 : 18.3km/h

최고속력 : 54km/h

이동거리 : 104.58km

누적거리 : 227.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