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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cycle diaries

8일째(8.12), 서귀포 > 섭지코지 > 성산일출봉 > 우도

08:25
눈을 떠보니 7시 반이었다.
밤새 모기에 시달린 것 빼고는 잘 잤다.
서둘러 샤워하고 챙겨서 찜질방에서 나왔다.









08:55
군 시절 종교활동했던 교회를 방문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좋았고 찬양예배가 참 은혜로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기도 했지만, 월요일 아침이라 아무도 없었다.

서귀포항으로 향하는 도중에 삼매봉 도서관 근처에서 자전거 바퀴가 연석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자전거에서 떨어졌다.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처음으로 넘어진 거라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이상했던 것은 나보다 자전거를 더 살펴봤다는 것이다. 자전거에 긁힌 자국이 생겨서 어찌나 짠했는지 모른다.

서귀포 시내의 먹보분식에서 돈가스를 아침으로 먹고 섭지코지로 향했다.









11:50
섭지코지로 향하는 도중에 푸른 초원 위에서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2006년 섭지코지


12:44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드라마 올인으로 유명세를 치른 곳이기도 하다.
섭지코지가 무엇보다 좋은 점은 멀리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여러 가지 재미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4~5월 노오란 유채꽃이 만발할 때 성산일출봉 등지고 찍으면 훨씬 멋있다.

근데 섭지코지가 좀 이상해졌다.
2006년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과 함께 성산일출봉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는데
어느새 그 자리엔 리조트가 꿰차고 앉아 그 멋졌던 풍경을 가리고 있었다.
이런 곳에 들어선 리조트가 참으로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13:39
섭지코지에서 성산일출봉으로 왔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환상일 듯 했다.
너무나도 성산일출봉 정상에 오르고 싶었지만, 오늘 중으로 우도에 들어가는 배를 타야하기에
올라가는데만 1시간 정도 걸리는 등산은 시간상 무리일 듯 했다.
지난 번에 올라갔던 기억을 추억하며 성산일출봉을 배경삼아 기념촬영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성산에 오면 해녀들이 만들어 주는 전복죽을 꼭 먹어보라는 말이 있다.
점심으로 전복죽을 먹고 싶었지만, 가난한 자전거 여행자는
근처 편의점에서 성산일출봉을 감상하며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성산에는 전복죽집이 많지만 오조리 해녀의 집이 유명하다.











14:25
성산항에 도착해서 우도 가는 배에 올랐다.
마라도 갈 때와는 달리 우도 연락선은 값이 착해서 좋았다.
1등으로 배에 올라 갑판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선실에 올라왔다.
이내 자동차를 한가득 실은 배는 우도로 선수를 돌렸다.
저기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했다는 우도가 '한저옵서예'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얼마 전 1박2일에도 소개됐던 우도!
1박2일 멤버들이 올랐던 지두청사에 나도 오르면 기분이 어떠할지 참으로 궁금했다.
20분 정도 항해하여 하우목동항 부두에서 우도에의 첫발을 내디뎠다.
우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지두청사밖에 없기에 일단 그곳으로 향했다.









15:07
지두청사로 가는 도중에 우도에서는 처음으로 고인돌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우도에서 만난 고인돌을 보게 되니 왠지 신기하고 반갑기까지 했다.
고인돌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모습은 섭지코지에서 봤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을 보게된 느낌이랄까!
지두청사도 지척에서 보였다.

때마침 배 한 척이 성산일출봉을 뒤로하고 지나가는데 그림이 따로 없었다.









15:23
하우목동항에 내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지두청사로 향하다 보니 우도항이 나왔다.
우도로 들어오는 배는 번갈아가면서 하우목동항과 우도항으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데,
내가 탔던 배가 우도항으로 왔다면 고인돌이 아니라 '우도'라고 쓰여있는 표지석이 나를 맨 처음 반겼을 것이다.

우도 안내도를 보면서 우도8경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지두청사로 출발!









15:36
지두청사 입구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 저 위로 보이는 우도등대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갈수 없다는 말에 자전거를 세웠다.

자전거를 세우고 있는데 한 남자분이 사진을 찍어달라면서 내게 다가오셨다.
보아하니 혼자오신 것 같아서 저도 혼자 왔으니까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지두청사를 오르자고 제안하니
그분도 잘됐다고 하시면서 흔쾌히 수락하셨다.

지두청사를 오르며 준영 형님과 통성명을 하고 자전거로 성지순례 중이라고 소개하니
자기도 삼일교회를 다니는데 대단하다면서 호감을 표하셨다.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급 친해졌다.









우도 8경 중에서 제4경, 지두청사란 지두의 푸른 모래를 뜻한다.
등대가 있는 우두봉 꼭대기에서 바라본 우도 전경과 맑고 푸른 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눈부시게 빛나는 백사장의 풍경을 통틀어 일컫는다. 
 
지두청사에서 등대까지 이어진 울타리가 정말 멋졌다.
이름 그대로 지두청사에서 바라본 우도의 모습은 속을 뻥 뚫어주는 장관이었다.
이런 멋진 경관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더 멋졌다.
그리고 준영 형님을 만나서 이런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감격을 나누며 공감할 사람이 있다는 게 참으로 행운이었다.









제주도 최초의 등대인 우도등간은 2005년에 우도등대 100년을 기념하여 복원하였다.









1906년에 설치하여 2003년까지 97년간 운영한 舊 우도등대는 영구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클릭해서 크게~~

 

우도등대에서 바라본 우도 전경.
카메라에 파노라마 기능이 없어서 일일이 이어붙였다.









등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마실 나오신 등대지기 아저씨 가족을 만났다.
이런 멋진 곳에서 일하시는 아저씨와 언제든 마실까지 나올 수 있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니
살기엔 좋지만, 아이들 교육이 걱정이라고 하셨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라 보내라는 말이 있지만,
이곳 우도에서는 왠지 말보다는 소가 어울렸다.
등대 아래의 드넓은 초원은 멀리서 볼 때는 멋져 보였지만, 막상 내려와 보니 소똥 지뢰밭이 있어 조심해야 했다.









지두청사를 내려오면서 준영 형님께서 뭐 먹고 싶은 거 없느냐고 물어보셔서
그동안 고기를 못 먹었다고 하니까
아마도 하나님께서 나에게 고기 사주라고 보내신 것 같다면서 오늘 저녁으로 고기를 사주겠으니 
텐트치지말고 민박에서 같이 지내자고 하셔서 그러기로 했다.

운 좋게도 자제분들이 모두 육지로 떠나서 빈집의 주인아주머니를 만나 2만 원에 전체를 빌려 쓰게 되었다.
그 집에 여장을 풀고 어두워지긴 했지만, 물 한 통과 물안경만 가지고 근처 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이곳 백사장은 다른 곳과는 발에 닿는 촉감이 달랐는데 알고 보니 산호로 이루어졌다는 제8경 서빈백사였다.
해수욕하면서 내 하얀 발과 새카만 다리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해수욕을 마치고 민박집으로 돌아와 기분 좋게 씻고 나서 형님과 삼겹살을 맛나게 먹었다.
정말이지 형님 덕분에 오랜만에 몸과 몸이 호강했다.
그동안 여행으로 지친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세탁기로 제대로 된 빨래도 하고 소파에 앉아 TV를 틀어보니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이었다.
그제야 여행으로 올림픽 기간 중이라는 사실을 새카맣게 잊고 있었음을 알았다.
형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렇게 우도에서의 잊지 못할 밤이 깊어갔다.








이동경로 : 서귀포 > 섭지코지 > 성산일출봉 > 우도
이동시간 : 5h 22m 13s

평균속력 : 15.0km/h

최고속력 : 39.5km/h

이동거리 : 80.96km

누적거리 : 790.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