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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cycle diaries

7일째(8.11), 협재해수욕장 > 모슬포 > 마라도 > 알뜨르비행장, 사계해안도로, 산방산 >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몇 시였을까? 밤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일대에 소란이 있었다.
내 것 네 것 할 것 없이 서로 도와가며 천막 밑으로 텐트를 옮겼다.
다들 피곤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즐거운 마음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여행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었다.









06:30
이야~! 아침에 눈을 떠서 텐트 밖으로 나와보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비취빛 해변과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억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그런 풍경이었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지개가 떴다고 알려주니 뒤늦게 사진 찍고 난리가 났다.
오늘부터는 비를 내리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선물이라 생각하니 아주 기뻤다.

07:00
우선 텐트를 걷고 아침 먹을 준비를 마쳤다.

08:00
이제 떠날 준비를 모두 마치고 어제 만났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분좋게 출발했다. 









08:20
협재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금능해수욕장을 지나가면서 비양도 쪽을 바라보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야~! 우와!"
내가 그토록 보기 원했던 그 바다다. 매우 아름다운 한폭의 수채화 같았다.
넋을 잃고 한참을 서 있었다.
제주도에 하루만 일찍 들어왔어도 이런 풍경을 놓칠 수 있었을 텐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날씨다.
짓궂게도 여기 사는 사람들은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날 보는 풍경이기 때문에 이 바다의 아름다움을 가볍게 여길지도 있기 때문이다.
인제 보니 비양도의 모습이 마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모습 같았다.









08:44
금능해변의 인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 다시 멈춰 서서 비양도를 카메라에 담았다.









09:00
서울에서 목포까지 오는 동안에는 그다지 눈이 호강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날씨가 더워도 팔다리가 따끔거려도 페달을 밟는 게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좌로는 푸른 선인장 밭이 펼쳐져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우로는 비취빛의 해변이 눈을 즐겁게 하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구나!
백사장과 바다의 조화도 일품이지만, 검은 현무암과 바다의 조화도 또 다른 멋과 이국의 정취마저 느끼게 했다.









09:13
풍력발전단지가 나타났다.
대관령에서 봤던 풍력발전기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아름다운 해변에 거대한 선풍기가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자연과 인공이 서로 사이좋게 어울리는 것 같았다.









11:00
모슬포항에 도착해서 마라도 가는 배 위에 올랐다. 아쉽게도 자전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단다.
마라도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다들 자장면 드시러 가는 건가 싶었다.
난 솔직히 모 통신사 광고에서 이창명 씨가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카피 때문에 자장면 먹으러 가는 거였다.ㅋ









11:34
배는 30여 분을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와서 이제 접안만 하면 마라도에 사람들을 쏟아낼 것이다.
마라도는 마치 요새처럼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쳐 있었는데 선착장 앞에 보이는 동굴을 보니
마라도의 콧구멍 같았다.
아~ 긴장되는 순간이다.









11:39
드디어 난생처음으로 와 본 이곳,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입도했다.
마라도에 이르는 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돼 있다. 마치 육지에서의 번뇌를 다 털어내고 올라오라는 듯 말이다.









계단을 올라오니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카트를 빌려주는 호객꾼들이었다.
골프장에서나 있을법한 카트를 타고 마라도를 한 바퀴 하라고 난리다. ㅋ
가격도 제법 비싸서 난 천천히 걸어가면서 마라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기로 했다.
어차피 배는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니까 아무거나 타고 나가면 될 것이고 시간은 그리 문제될 것이 없었다.



 



 



호객꾼 사이를 빠져나오니 마라도 전체에 잔디가 마치 융단을 펼쳐놓은 듯 펼쳐져 있는 게 장관이었다.
제일 먼저 마라분교로 향했다. 아담한 교사와 운동장이 아기자기해 보였다.
마라분교도 방학 중이라 나무 세 개로 학교 문을 닫아 놓았다.  









마라분교를 마주 보고 있는 게 온통 자장면 가게였다.
정말이지 광고의 힘을 새삼 실감했다.
너무 많아서 어디서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사람들로 북적일 테니 섬을 먼저 둘러보고나서 먹기로 하고 허기를 달랬다.











자장면 집들 너머로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까지 교회가 있을 줄이야.
이 교회를 시무하시는 분은 정말 땅끝까지 이르러 예수님 증인이다.

마라도 교회로 이르는 길에 있는 아기자기한 표지판, 운치있는 나무간판, 풀숲 사이로 난 길.
이처럼 교회에 가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길이 또 있을까 싶다.
교회 내부를 보니 참 가족적인 분위기다. 육지에서는 이런 교회 보기 힘들거다.

마라도 교인들에게 사랑을 담아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교회에서 내려오니 편의점이 있다.
'어라? 마라도에도 편의점이 있네!' 신기해서 한 번 들어가 봤다.

"대한민국 최남단 편의점 GS25 마라도 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대한민국토종편의점GS25마라도입점"
"지역 특성상 100원씩 추가됩니다."
이런 문구가 나를 먼저 반긴다. ㅋㅋ

뭐 육지랑 다를 것 없이 생필품은 거의 다 있는데 김밥이나 도시락 자리에 통조림이 대신하고 있었다.
더위를 사냥할 겸 커피 얼음과자를 하나 사면서 물건은 어떻게 들여오느냐고 물어봤다.
10일에 한 번씩 배를 통해서 들어온다고 했다.
그리고 진짜로 100원을 더 받는다. 근데 기분 나쁜 게 아니라 재밌다.ㅋㅋ









영어로는 파출소도 police box라고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아무튼, 경찰이 있는 것을 보니
엄연한 대한민국 영토임에 틀림이 없다.  









마라도에서도 남쪽 끝, 우리나라의 진짜 최남단으로 왔다. 아닌가 이어도가 최남단인가?

장군바위라 불리우는 돌이 있는데 이런 설명이 붙어 있었다.
"마라도의 남쪽 끝에는 장군바위가 있어서 수호신처럼 이곳 마라도를 지켜주고 있는데 하늘에 살고 있는 천신이
땅에 살고 있는 지신을 만나기 위하여 내려오는 길목이라 전해지고 있으며 일제시대때는 일본사람들이 자기나라 쪽을
향하여 신사참배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주민들이 해신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여 바위에 올라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
캬~ 일본사람들 은근 곤조(근성) 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신사참배를 하냐!









마라도 등대로 향하는 길도 참 아름다웠다.
등대를 둘러싸고 있는 벽은 왠지 일본에서 많이 본 형태와 유사해서 일제 때 지어진 게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해봤다.
실은 굉장히 운치 있어서 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마라도는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으로만 되어 있는 섬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해수면과 맞닿은 곳도 있었다.









이런 초원 위에선 나도 메뚜기처럼 폴짝!
아우~ 신나!









자장면 시키신 부~운~! 도 한 번 해보고~









이 좁은 섬에 무덤도 있다. 진짜 있을 건 다 있다.









섬을 일주하고 기념으로 해녀님과 사진촬영! 마라도~!
해녀님 다리를 붙잡아서 쑥스러우셨나? 
붙잡기 전엔 분명히 손을 내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 진언을 난 어기고야 말았다.
아~ 배고파!

원조라고 돼 있는 집으로 갈까 하다가 왠지 이창명이 더 끌려서 철가방 집으로 고고!
자장면 먹고 간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이 어마어마했다.
연예인 것도 있으려나? 그건 안 찾아봐서 모르겠다.

아, 맛은 뭐...시장이 반찬이었다. 양도...뭐...그냥 기분이지 뭐!!!









이제 마라도를 떠나기에 앞서 인증!
"당신을 마라도 방문자로 인정합니다!"









15:17
마라도에서 배를 타고 모슬포항으로 돌아왔다.
모슬포 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송악산 방향으로 출발했다.
송악산 부근에서 알뜨르비행장, 사계해안도로 언덕, 송악산 해안 진지 동굴 등을 둘러볼 계획이었다.







출처 : 바람흔적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알뜨르비행장 부근이었다.  
불행히도 나는 실제로 활주로가 있는 줄 알고 갔기 때문에 아무리 둘러봐도 활주로가 보이지 않자 그냥 패스했고
그 바람에 실제로 견학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물어봤을 텐데 그 시각에는 아무도 마주치지 못했다.
비행기 격납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벙커 같은 시설물도 찾아봤지만 허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알뜨르비행장은 밭으로 개간되어 감자 등이 재배되고 있었기 때문에 발견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러시안 힐(출처 : 구굴링)

하코다테 모토마치(출처 : 구굴링)

 


알뜨르비행장을 지나 사계해안도로 언덕길에 도달했다.
언덕 위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니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러시안 힐이나 일본 하코다테의 모토마치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언덕길 옆으로는 말 한 마리가 외로이 서 있었다.
말이 많다는 제주이지만 여행 중에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기에 사진을 찍었다.







출처 : 네이버



송악산 해안 동굴 진지도 꼭 들러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언덕길에서 사진을 찍고서는 그만 우회전을 해야하는데 좌회전을 해서 사계해안도로를 따라 산방산으로 가버렸다.
알뜨르비행장과 해안 진지 동굴을 못 본 것이 아쉬움이 남지만,
아쉬움이 남아야 다시 한 번 찾아오게 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사계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한라산 백록담에서 빼놓은 뚜껑이라는 설이 있는 산방산이 나온다.









산방산에 부근에 있는 용머리해안에 가려고 했는데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데다가 
마침 기상악화로 폐쇄되어 있었기 때문에  하멜 상선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월드컵 경기장을 가는 도중에 길 이름이 참 독특해서 카메라에 담았다.
저 길로 가면 실제로 그런지는 나는 모르겠다.









제주의 하천은 평상시에는 화산지형이기 때문에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이렇게 말라있다가
비가 오면 흐르는 건천이다.









18:21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군에 있을 때 심심하면 왔던 곳이라 기념사진만 찍고 월드컵 경기장 내부에 있는
워터월드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알뜨르 비행장과 해안 진지 동굴을 못 본 탓인지 오늘은 일찍 여정을 마쳤다.








이동경로 : 협재해수욕장 > 모슬포 > 마라도 > 알뜨르비행장 > 사계해안도로 > 산방산 >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이동시간 : 4h 24m 14s

평균속력 : 16.3km/h

최고속력 : 46.5km/h

이동거리 : 71.91km

누적거리 : 709.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