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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cycle diaries

6일째(8.10), 목포항 > 제주항 > 용두암 > 협재해수욕장



07:00
6시에 일어나서 찜질방을 나오니 항구도시 특유의 냄새가 났다.
목포는 태어나서 처음 와본 곳이라 제주항을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중간에 길을 잃어 파출소에 갔던 것을 제외하고는 30여 분만에 도착했다.









07:30
목포항 여객터미널 앞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이른 아침인데도 터미널에 사람들이 많았다. 원래 많은 건가?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배가 결항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날씨가 맑았다.
제주 쪽에는 비가 오는 모양이지만 예정대로 배가 출항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승선권을 사서 수속을 마쳤다.






 



08:30
9시 출항 예정이니까 출항 15분 전까지 승선을 마쳐야 했다.
자전거 때문에 자동차 출입구로 타려고 하니까 계단으로 자전거를 들고 타야 한다고 했다.
고생 좀 하겠구나 싶었는데 다행히 여객선 관계자분께서 도와주셔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승선할 수 있었다.
배에 오르니 선장으로 보이는 분이 마중을 나와 계셨는데 새카맣게 탄 팔과 다리를 보시더니 놀라워했다.ㅋ










08:45
배가 출항을 알리는 기적소리를 울렸다.
선착장에서는 직원분들이 안전항해를 기원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제주도 하면 낭만을 떠올리지만 나는 제주도에서 했던 힘든 군 생활이 떠오른다.
나도 이병 때는 제주도로 배치받게 되어 설레고 좋아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빨리 제주를 뜨고 싶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고
제대하면서는 '다시는 제주에 안 온다!'라고 말했었다.
그랬던 내가 제대한 지 5개월 만에 제주행 배 위에 있다.
그때의 제주도는 고생의 섬이었지만 오늘은 다시 낭만의 섬이 되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14:00
배가 제주항에 입항했다. 창밖 풍경은 군 시절 봤던 그것과 다르지 않다.
 








14:30
제주 시내의 분식점에서 라면과 김밥을 시켜 늦은 점심을 먹었다.

15:00
분식점에서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야 오던지 말든지 오늘은 협재해수욕장에서 야영하기로 했다. 
이*트에 가서 햇반 2개, 컵라면 1개, 바나나 한 송이를 샀다.









15:50
용두암으로 가는 길에 용연구름다리로 한천을 건너며 용연을 바라봤다.
여기서부터 현무암질 검은 돌들이 나타나는데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실감 나기 시작했다.









15:55
용두암에 왔다.
용두암은 정말 볼 게 없는데 여기가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여기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일본인 모녀를 만나서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일본 군마현 마에바시에서 왔다기에 나도 그곳에 가본 적 있다고 하니까 급 친해졌다.
택시를 타고 관광 중인 모녀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비가 와서 아쉽다고 했다.
그동안 여행은 어땠느냐고 물으니 아주 좋았단다.
아버지는 왜 같이 안 오셨느냐고 물으니 ' わんちゃん(멍멍이)'이랑 집에서 놀고 있다고 해서 크게 웃었다.










16:15
온통 검은 돌 천지였다.
용담포구 바로 옆, 샘물이 나오는 노천탕에서 아이들이 멱을 감고 있었다.
이런 풍경이 너무 정겹다. 군 생활할 때는 이런 걸 봐도 아무로 느낌도 없었는데...








한담해변(출처 : 네이버)

한담해변(출처 : 네이버)

과물노천탕, 곽지해수욕장(출처 : 네이버)


협재해수욕장으로 가는 도중에 애월해안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이용하는 바람에 한담해변을 놓치고 말았다.
곽지해수욕장에는 신기하게도 백사장에서 샘물이 나오는 과물노천탕이 있는데 이곳도 지나치고 말았다.
아이고~ 아까워라~!




 



 

18:13
바로 이사진을 찍고 있는데 자전거 여행자 한 쌍이 오더니 인사를 한다.
아까 배에서 나를 보셨다면서 반가워하셨다. 나도 인사를 건네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혼자서 전국일주를 하는 중인데 서울에서부터 자전거로 어제 목포까지 와서 오늘 제주에 입도했다고 하니까,
아저씨께서 완전히 부러워하시면서 자기도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는 게 소원이라고 하신다.
지금은 보다시피 결혼을 해서 혼자서는 전국일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려고
3년 전부터 아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서 드디어 오늘 제주도 일주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까 오히려 내가 더 부러웠다. 
나는 협재에서 야영을 할 계획이라고 말씀드리니, 아내를 위해서 미리 콘도를 잡아두셨다고 했다.
나도 이 다음에 아내와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부러움 표하고 인사하고 먼저 출발했다.








18:40
협재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당장에라도 바닷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지난 며칠 동안 팔과 다리가 거의 화상 수준으로 타버리는 바람에 따끔거려서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저 멀리 비양도가 보이는 걸로 봐선 여기가 협재해수욕장이 맞는데 날씨 탓에 내가 원하는 협재가 아니었다.
날씨만 좋으면 비취빛의 해변과 하얀 백사장으로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인데 흐린 날씨 탓에 온통 회백색 빛이었다.

인적이 드문 캠프장 한 켠에 텐트를 치고 있으니까
아까 배에서 봤다며 나를 아는 체를 하는 두 청년이 내 텐트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조금 있으니까 전남대 자전거 동아리 사람들도 옆에 텐트를 쳤다.

여행하면서 참 신기한 일을 많이 겪는다.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인데 금세 친해져서 웃고 떠들고 같이 밥해먹고 그렇게 제주도에서의 첫날밤은 깊어갔다.
여행이라는 것만으로도 쉽게 공감대가 생기고 여행하는 사람치곤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전남대 학생들은 내일 한라산에 오를 계획이라고 했고, 두 청년은 내일 갈 수 있는데까지 갈 계획이라고 했다.
나는 내일 모슬포로 가서 마라도 가는 배를 탈 계획이다.









이동경로 : 목포항 > 제주항 > 용두암 > 협재해수욕장
추천경로 :    〃    >    〃    >    〃    > 애월해안도로 > 한담해변 > 과물노천탕(곽지해수욕장) > 협재해수욕장
이동시간 : 3h 10m 16s

평균속력 : 16.3km/h

최고속력 : 35km/h

이동거리 : 51.85km

누적거리 : 637.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