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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cycle diaries

3일째(8. 7), 해미 > 홍성 > 보령 > 금강하구둑 > 군산


07:22
교회에서 목사님 내외분과 아침 식사를 했다.
여행하면서 이런 밥 다운 밥을 먹게 될 줄이야.
아침밥을 먹으면서 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눴는데 기독교 성지 순례도 겸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감동하셨다.
이곳 해미에 오게 된 것도 순교지가 있다고 해서 들렸다고 하니,
여기는 기독교 성지가 아니라 천주교 성지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목사님께서 오르막길에서 힘들다고 짜증 내지 말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신 예수님 생각하면서 이겨내라고 말씀하셨다.
사모님께서는 많이 먹고 가라고 하셔서 찹쌀밥을 두 공기나 먹고 수박이랑 복숭아까지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08:00
교회에서 출발하려 하니 목사님께서는 여행 중에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라고 하시면서 주보를 주셨고,
사모님께서는 가면서 먹으라고 삶은 달걀 을 한 봉지 주셨다.
눈물 날 정도로 좋은 분들이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섰다.









08:20
해미읍성 앞에서 사진 한 방 찍고 곧바로 군산을 향해서 출발했다.


12:00
오늘도 달리고 달릴 뿐이었다.
해미에서 29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천안에서 탔던 21번 국도를 홍성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다시 21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서 보령시에 도착했다.
더위를 피하려고 대천역에 잠시 들렸는데 에어컨도 없고 대천해수욕장을 오가는 인파로 붐볐다.
대천역에서 얼마 있지 못하고 시원한 냉면집을 찾아 보령 시내로 가서 점심을 해결했다.









14:20
날씨는 너무 덥고 화장실이 급한 나머지 몸 상태가 이상했다.
인가도 보기 드문 시골 길인지라 주유소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며 고갯길을 오르는데
말하기가 무섭게 1분도 안 돼서 허름한 주유소가 나타났다.
불러도 인기척이 업기에 내 맘대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등목도 나오다가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순간 서로 당황해서 가만히 서 있다가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고 화장실을 썼다고 말씀드리니 그냥 보내주신다.









14:32
민망해서 허둥지둥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길을 5분쯤 더 올라가는데 만세보령지킴터라는 곳이 있다.
여기는 약수터, 화장실, 정자까지 있어서 진작 알았다면 조금 전 주유소에서의 민망한 일 따위는 없었을 거로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인적이 드문 시골 길에 왜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는지 궁금해서 둘러보니 순직경찰관 추모시설이었다.
날씨도 덥고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워서 약수로 더위를 식히며 정자에서 한 시간 가량 쉬었다 갔다.









16:30
만세보령지킴터에서 10km 정도 달렸을까?
더는 페달을 밟을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 때마침 나타난 정류장에 자전거를 세웠다.
정류장에 난 아치형 창문에서 유독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너무 시원한 나머지 아예 창틀에 기대고 앉아버렸다.
에어컨 바람이 아닌 자연의 바람을 쐬며 푸른 논밭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마음이 참으로 평안해졌다.
그렇지만 도로 쪽을 바라보면 어지나 더운지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신기루처럼 납이 녹아 흐르는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켰다.
더위가 한풀 꺾이기를 기다리며 한 시간가량 쉬었다 다시 자전거 위에 올랐다.









19:14
금강하구둑에 들어서니 마치 개선문을 통과하듯 수많은 해바라기 꽃들이 나를 반겨줬다.
이제 금강만 건너면 군산이지만, 보령에서 군산까지의 길은 끊임없이 이어진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평생 달리고도 남을 정도의 오르막길을 오늘 하루에 다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든 구간이었다.
내리막길을 내달릴 때의 쾌감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지만, 오르막길은 몸서리가 쳐진다.
너무 힘들어서 막 욕이 나오려고 할 때는 아침에 해미제일감리교회의 목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모습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는 모습과 조금은
비슷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정말이지 몰랐으니까 보령에서 군산까지 올 수 있었지 만약 알았다면 자전거로 두 번은 안 왔을 구간이다.









20:01
지친 몸을 이끌고 군산 시내의 금강레저타운으로 갔다.
찜질방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려고 고글을 벗다가 그만 헬멧 목 끈에 고글이 걸리는 바람에 부러지고 말았다.
이거 없이 여행했다간 눈에 화상을 입을지도 모르는 데 속상했다.
혹시 고칠 수 있을까 싶어 1000원 백화점에서 순간접착제를 하나 사 들고 왔다.
찜질방 안으로 들어가니 군산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설이 크고 꽤 괜찮았다.
래커 두 개에 짐을 나눠 넣고 샤워를 하러 갔다.
팔다리가 화상을 입었는지 더운물이 살에 닿을 때마다 따끔거려서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냉탕만 이용했다.
휴게실로 나와서 부러진 고글에 순간접착제를 발라봐도 소용이 없었다.
내일 아침에 선글라스를 하나 사서 끼기로 했다.
몸에서 열이 나서 얼음이 든 녹차를 1000원 주고 시켜봤는데 얼음이 무한리필이라서 최고였다.
이내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들었다.








이동경로 : 해미 > 홍성 > 보령 > 금강하구둑 > 군산
이동시간 : 6h 29m 00s

평균속력 : 18.5km/h

최고속력 : 51.5km/h

이동거리 : 119.89km

누적거리 : 347.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