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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cycle diaries

10일째(8.14), 제주 > 이기풍 선교기념관 > 제주항 > 녹동항

08:00
형님 집에서 일어나니 형님은 벌써 출근했다.
자전거랑 짐이 모두 형님 회사에 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갔다.
녹동행 배는 5시에 있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예정에 없었던 이기풍 선교기념관에 다녀오기로 했다.

짐은 모두 회사에 맡겨놓고 자전거만 타고 갔는데 확실히 짐 무게가 줄어서인지 힘이 덜 들었다.
그렇지만 가는 길은 험난했다.
이기풍 선교기념관이 한라산 중턱에 있기 때문에 가는 내내 오르막이기도 했거니와
97번 국도가 갓길이 없고 교통량이 많은 2차선 도로였기 때문에 짐을 맡겨두고 오지 않았다면 완전히 고생할 뻔 했다.









12:17
이기풍 선교기념관에 도착했다.
기념관 안에 들어서니 식당이 있어서 점심을 사 먹으려 했더니 점심시간이 끝나서 팔지 않는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주린 배를 움켜잡고 기념관 경내를 살펴보고 자료실로 향했다.

이기풍 목사님에 대한 사진, 친서 등 기증받은 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서구 오랑캐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이기풍 목사님은 마포삼열 선교사를 돌로 치는 등 기독교를 박해하기도 했으나
이를 모두 회개하고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목사안수를 받고 우리나라 최초의 선교사로서 제주도에 파송되었다.
제주사람들의 냉대와 갖은 고난에도 복음의 씨앗을 뿌려 해녀를 첫 열매로 시작하여 많은 결실을 맺었다.

이기풍 목사님이 애송하셨다던 성구인
마태복음 4:15~16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과 요단강 저편 해변 길과 이방의 갈릴리여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취었도다 하였느니라)과
요한계시록 2:10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이 적힌 '선교정신'이란 글이 이기풍 목사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이기풍 목사님의 막내딸이 쓴 윤함애 사모님의 유언이 신앙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제주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갔다.
줄곧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페달을 거의 밟지 않고서도 40km의 거리가 두 시간밖에 안 걸렸다.
여기서 최고속력이 55.5km/h가 나왔다.









13:48
어제 형님이 소개해 준 동부두 삼십년해장국에서 선지 해장국으로 늦은 아점을 먹었다.
역시 소문대로 맛과 양이 좋았고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 식당은 신기하게도 두시까지만 영업을 했다.
그 이유는 영업을 빨리 마치고 음식준비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니까 맛이 있을 수밖에...
두 시 반쯤에 한 할아버지께서 오셨는데 진짜로 영업이 끝났다고 돌려보냈다.
하마터면 나도 못 먹을 뻔 했다.









16:30
형님에게 인사를 하고 승선을 마쳤다.
15분 후에 배가 출항을 하는데 낮에 해가 쨍쨍하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협재에서 무지개를 본 이후 마치 내가 제주도를 떠나기만을 하늘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배 안에서 걱정하실 부모님께 무사하다는 안부 연락을 드렸다.









18:53
선실에서 쉬다가 갑판 아래로 내려와 봤다.
저 동그란 창으로 통해 바다를 바라보니 제주도 여행은 정말 끝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
저녁을 먹고 밤 공기를 쐬러 갑판으로 나왔다.
자전거가 잘 있나 살펴보니 옆으로 트레일러까지 달린 자전거 두 대가 있었다.
자전거도 좋아보였지만 장비들을 보니 아주 준비를 단단히 한 자전거 마니아 같다.
여전히 캄캄한 망망대해 위에는 계속 비가 내렸다.

혼자서 밤바다를 바라보는 내가 심심해 보였는지 연세 지긋하신 선원 아저씨께서 나를 방으로 초대하셨다.
여행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곤 저녁 안 먹었을 것 같아서 불렀다면서 컵라면에 물을 부어주셨다.
매우 고마워서 감히 저녁 먹었다고는 말씀 못드리고 한 시간 정도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녹동항에 도착했다.


21:27
녹동항에 배가 접안되고 내리는데 선원 아저씨께서 다른 아저씨에게 내 이야기를 하셨는지
배에서 내리는 계단에서 자전거를 들어주셔서 쉽게 내릴 수 있었다.


21:51
비를 피하고자 급히 녹동해수찜질방에 들어가 오늘의 여정을 정리했다.








이동경로 : 제주항 > 이기풍 선교기념관 > 제주항 > 녹동항
이동시간 : 3h 9m 22s

평균속력 : 12.1km/h

최고속력 : 55.5km/h

이동거리 : 38.36km
누적거리 : 881.5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