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고 습했던 것 같다.
바쁜 탓인지 기력이 없었던 탓인지...
심심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던 대청댐으로의 라이딩도 거의 한달간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회사 막내인 탓에 눈치만 보다가 무더위로 지쳐만 가던 나는 광복절을 끼고 앞뒤로 여름휴가를 냈다.
한달간 자전거를 거의 타지 못한 탓에 체력이 조금 걱정되는 했지만,
지난 5월 1일, 금강자전거길 종주의 후속편으로 자전거 국토종주 2탄인 새재자전거길 종주를 계획했다.
원래는 고등학교 후배와 함께할 계획이었으나,
여행 이틀 전 갑작스런 취소로 나홀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혼자면 어떠하리...원래 혼자하는 여행의 달인이니...
20130813 휴가 전날 퇴근길...
군에 있을 때 휴가가기 전날 설레였던 기분처럼,
휴가 전날 퇴근길은 참으로 설레임과 동시에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20130814 아침 8시 반쯤...
차에 은돌이를 싣고 충주로 출발하여 10시 반쯤 탄금대에 도착했다.
와...날씨가 장난아니게 맑다.
광렬한 태양...아래서 은돌이를 내리고 준비를 마치니 10시 55분이다.
탄금대 인증부스에서 스탬프를 찍는 것으로 오늘의 종주일정을 시작했다.
충주 시내를 벗어나니 새재자전거길 풍경들이 참으로 한적하니 좋다.
처음으로 나를 맞은 곳은 작은 폭포가 있는 수주팔봉.
두번 째 인증부스인 수안보온천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족욕탕이 있었는데 뜨거운 한 여름에 얼음물을 마시며 즐기는 족욕이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간단히 바나나로 허기를 달래고 30여분을 쉬다가 1시쯤 인증샷을 찍고 다시 출발이다.
충주~수안보~조령관문 입구까지는 평지로 라이딩하기에 쉬운 길이었다.
조령관문 입구에서부터는 소조령 2km의 오르막과 이화령 5km의 오르막이 대기중이다.
지난 번 진천에서 임도를 탈 때, 10%는 더 될듯한 급경사를 오르면서 끌바보다 페달을 밟는 것이
힘이 덜 든다는 것을 체득하고 나서부터는 오르막길이 힘들지가 않다.
페달질이 끌바보다 훨신 편하니까...
허벅지가 단련돼서일수도 있겠지만,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소조령길은 상대적으로 2km의 오르막만 오르면 완만한 내리막이 계속되기에 참고 오를만 했다.
이화령길은 5km의 오르막 구간이 있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500m마다 쉼터가 나와서 쉬어갈 수 있어 참 좋았다.
쉼터에는 적당한 그늘과 시원한 바람도 불어서 땀과 열기를 식힐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서부터는 이화령길은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자전거길로 제격이다.
이화령 정상에 다다를 즈음 배가 너무 고파서 못 올라갈 것 같다.
점심도 거르고 이미 세시가 넘은 시각.
그런데 이화령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 배고품도 잊고 기념인증샷 촬영에 몰입하였다.
열심이 촬영을 하고보니 많은 라이더들이 도착해있었는데...
신기한 건 대부분 상주 쪽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화령 고갯길은 터널로 복원했다고 하는데
일제가 도로를 만들면서 단절시켜버린 백두대간을 잇기 위해서
터널로 백두대간을 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상아래로 보이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내려보는 풍경도 장관이었다.
이화령 휴게소에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던 터라 묵밥을 시켜 허기를 달래고 다시 출발하다.
이화령 고갯길을 내려가는 기분은 그야말로 꿈만 같았다.
신나게 스피드를 즐기며 내려가는데...
갑자기 뒷바퀴에서 '픽'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오마이 펑크!' 완전히 멘붕이었다.
그늘 한쪽에서 타이어 패치로 바로 응급복구를 시작했으나...
준비해간 본드가 고무에는 맞지 않아 패치가 붙질 않는다.
결과는 손가락에 상처만 남긴 채 수리불가 판정!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수가 없다! 내리막길인데...여길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니!
끌고 내려가서 수리하고 계속 탈 것인가? 아니면 차를 불러 다음 기회에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갈 것인가?
기도를 하는데 정상에서 택시가 내려온다.
'아! 집으로 가라는 그분의 뜻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택시를 세워 문경터미널로 향했다.
문경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생각해보니...
종주를 못한 것이 너무 아쉽기 그지 없지만,
내일도 지인들과 남해에서 해안도로 라이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애써 위안을 삼았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이동시간 : 2h 59m 15s